한국형 차기 잠수함 핵잠 결정…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 -중앙일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핵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핵잠의 작전요구성능(ROC)이 확정됐다. 사업의 가장 큰 고비인 연료 문제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 한국형 핵잠 관련 공식 발표가 나올 조짐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도입 사업은 경항공모함과 핵잠”이라며 “경항모는 잘 진행되고 있는데, 핵잠은 민감한 사안이라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이 잘 풀려나가 현 정부에서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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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매듭 질 수 있다”
장보고-Ⅲ 배치-Ⅲ의 대략적인 설계 방향도 그려졌다고 한다. 눈물방울형 선체와 X형 함미타 설계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199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유령'의 한 장면. 한국 해군이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는 핵잠 '유령'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시에라급 공격 핵잠을 들여와 핵 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핵잠으로 개조했다는 설정이다. 영화와 달리 한국이 자체적으로 건조한 공격형 핵잠이 2030년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눈물방울형 선체는 선미가 비교적 뾰족하며 선미로 가면서 좁아지는 모양의 선체를 뜻한다. 눈물방울 모양과 닮았다.
이런 모양의 선체를 가진 잠수함은 물속에서 저항을 덜 받아 속도가 빠르며 소음이 적다. 미국 해군의 공격 핵잠인 LA급과 버지니아급이 눈물방울형 선체를 가졌다.
X형 함미타는 기동성이 좋아 얕은 바다에서 유리하다. 프랑스의 공격 핵잠인 쉬프랑급이 X형 함미타를 채택했다. 해군이 갖고 있는 장보고-Ⅰ(209급ㆍ1200t), 장보고-Ⅱ(214급ㆍ1800t)의 함미타는 +자형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LAㆍ버지니아급과 프랑스의 쉬프랑급의 장점만 따오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장보고-Ⅲ 배치-Ⅰ의 첫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서부터 6발의 SLBM을 운용하고 있다. 이 SLBM은 육군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현무-2B(최대 사거리 500㎞)를 개량한 것이다.
장보고-Ⅲ 배치-Ⅲ는 현무-2B보다 더 크고 더 무겁고 더 멀리 나가는 현무-4의 잠수함형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시험발사한 현무-4에 대한 자세한 제원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탄두 무게가 2t이 넘어 지하 300m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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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원자로와 핵연료 확보
국산 핵잠을 바다에 띄우려면 예산·기술·원자로·핵연료가 필요하다. 예산과 기술은 문제가 안 된다. 해군이 자주국방네트워크에핵잠 도입 검토를 의뢰한 결과 핵잠 개발에 7년이 필요하며, 비용은 1척당 1조 3000억~1조 5000억원인 것으로 나왔다.
한국은 장보고-Ⅰ, 장보고-Ⅱ, 장보고-Ⅲ 잠수함을 차례차례 만들면서 관련 기술을 쌓아왔다. 부족한 기술은 국내 연구로 메우거나 해외에서 도입하면 된다.
관건은 핵잠의 심장인 원자로와 원자로를 가동할 핵연료다.
핵잠의 원자로는 한국형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를 고쳐 쓸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자로는 옛 소련의 핵잠 원자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스마트 원자로는 설계도에 머물러 있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원자로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핵잠 원자로는 4년 안에 시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같이 이미 핵잠을 스스로 지은 나라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한 수 배워올 필요성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핵잠 원자로의 동력원인 핵연료가 관건이다.
한ㆍ미는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농축할 수 있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원자력 협정을 맺었다. 미국의 핵잠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쓴다.
노무현 정부 시절 362 사업단(핵잠 사업단) 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한ㆍ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형 핵잠의 동력원을 구하는 길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태도는 강경했다.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의 제임스 캠벨 프로그램 분석관은 2019년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핵잠수함) 기술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라늄 제공 전향적 검토
한국은 그동안 미국에게 구형 핵잠을 대여 또는 판매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전략자산인 핵잠을 해외에 판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한국형 핵잠의 동력원이 유력한 스마트 원자로. 한국전력기술
그런데 미국 워싱턴 DC 조야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북한이 핵잠을 개발한다고 밝혔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핵잠 보유를 인정하자는 여론이 미국 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핵무기가 아닌 핵잠은 한ㆍ미 원자력 협정의 예외'라며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재처리할 수도 있다고 미국에 살짝 운을 떼기도 했다”며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 핵잠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ㆍ미는 매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핵잠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양국은 미국이 재처리한 20% 미만의 우라늄을 한국에 제공하는 데 방식으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근식 교수는 “고농축이 아니더라도 최소 7~8년, 최대 30년까지 핵연료를 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형 핵잠, 이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
이철재기자seajay@joongang.co.kr, 박용한기자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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